진료실에서 신경치료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면, 가끔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봤는데, 신경치료가 심장병이나 치매를 일으킨다던데… 정말 받아도 괜찮은 건가요?” 이미 통증으로 힘든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까지 접하면 마음이 복잡해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이야기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아는 사실은 무엇인지 차분히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의 뿌리는 거의 100년 전입니다. 1920년대에 한 치과의사가 “치아 속 세균이 온몸으로 퍼져 여러 병을 일으킨다”는 이론을 내놓았습니다. 감염에 대한 이해가 지금과 달랐던 시절이라, 이 주장 때문에 치료할 수 있는 치아까지 뽑아내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연구들이 그 이론에 근거가 없다는 것을 1930년대에서 50년대 사이에 이미 밝혀냈습니다. 몇 년 전 한 다큐멘터리가 이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서 혼란이 생겼지만, 그 내용은 오래전에 정리된 오해를 다시 들고 온 것에 가깝습니다.
오히려 사실은 반대에 가깝습니다. 정말 신경 써야 할 것은 신경치료 그 자체가 아니라, 치료하지 않고 오래 방치한 치아 속 염증입니다. 뿌리 끝의 염증이 가라앉지 않고 남아 있으면, 그 염증이 입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몸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신경치료는 이 숨은 염증의 불씨를 정리하는 과정이지, 병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의 연구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2025년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연구진은 신경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2년간 지켜봤는데, 절반이 넘는 분들에게서 혈당과 콜레스테롤, 몸속 염증 수치가 좋아졌다고 보고했습니다. 같은 해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치료 1년 뒤에 대표적인 염증 지표가 눈에 띄게 낮아졌습니다. 치매와 함께 언급되는 연구들도 대부분 신경치료가 아니라 잇몸병을 방치했을 때의 위험을 다룬 것으로, 결국 입안의 염증을 제때 돌보는 일이 몸 전체에도 이롭다는 이야기로 모입니다.
한 가지는 솔직하게 덧붙이고 싶습니다. 신경치료는 끝까지 마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통증이 사라졌다고 중간에 멈추면, 안에 남은 염증이 오히려 나중에 문제가 되곤 합니다. 시작한 치료를 마지막 단계까지 마무리하는 것 — 그것이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입니다.
오래 진료를 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치료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다 일을 더 키운 경우였습니다. 두려움의 대부분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서 옵니다. 이 글을 읽고 그 두려움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지셨다면, 그래서 미뤄두었던 치아를 한번 들여다볼 마음이 드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출처
오래된 주장이 틀렸다는 근거 :
American Association of Endodontists (AAE), “The Focal Infection Theory”
UCSF School of Dentistry, “The Root Cause of Misinformation” (2019)
신경치료가 위험을 낮춘다는 최신 연구 :
Niazi et al., Journal of Translational Medicine (2025), King’s College London
Bhardwaj et al., Cureus (2025), DOI: 10.7759/cureus.87723
치아 감염과 전신질환의 연관성 :
Periodontitis–dementia meta-analysis, Journal of Evidence-Based Dental Practice (PMID 40335202)
Taiwan cohort study on chronic periodontitis and Alzheimer’s risk (PMC55474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