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아팠어요" — 진료실에서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의학적 검토: 이준상 원장 (치과의사 · 365이룩치과 대표원장) | 최종 수정일: 2026년 6월
“생각보다 안 아프네요.”
진료를 마치고 환자분이 진료의자에서 일어나실 때 가끔 이렇게 말씀해 주십니다. 또 어떤 분은 더 솔직하게 이렇게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엄청 무서워하고 왔는데, 어떻게 이게 끝났어요?”
진료실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 한마디만큼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거창한 칭찬이 아니라, 그저 진료 전과 후의 격차에 대한 솔직한 한마디. 그 안에는 환자분이 가지셨던 두려움과, 그것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안도감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치과는 여전히 두려운 곳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 충치 치료를 받으며 들었던 드릴 소리, 마취 주사를 맞을 때의 따끔함, 입을 한참 벌리고 있어야 했던 어색함 — 이런 기억은 머릿속에 오래 남고,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치과를 멀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용이나 시간보다도 “아플 것 같아서”라는 이유가 의외로 많습니다. 그래서 한 번 미루고, 두 번 미루다가 결국 작은 충치가 신경치료로, 신경치료가 발치로 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저희가 통증 관리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환자분이 치과를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진료에서 “생각보다 안 아팠다”는 경험을 하시면, 다음번 정기 검진이 덜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러다 보면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작은 문제를 일찍 발견할 수 있고, 결국 환자분의 평생 구강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통증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시술 중의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일이 아니라, 환자분이 치과와 맺는 관계를 바꾸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희가 실제로 하는 다섯 가지
1. 표면 마취제로 시작합니다
어떤 마취 주사를 놓기 전에 먼저 잇몸 표면에 마취 겔을 발라드립니다. 짧게는 30초, 길게는 1분 정도 기다린 후 주사를 놓습니다. 잇몸 표면이 무감각해진 상태에서 주사 바늘이 들어가기 때문에, 환자분이 느끼시는 “따끔함”이 크게 줄어듭니다.
스케일링 같은 가벼운 진료에서도 마취 가글을 사용합니다. 잇몸이 예민하신 분들은 스케일링만으로도 시린 증상을 강하게 느끼시는데, 가글 마취만으로도 시술 중 불편감이 훨씬 줄어듭니다.
신경치료는 충치나 외상으로 손상된 치아 내부의 신경과 혈관(치수)을 제거하고, 그 공간을 소독한 뒤 채워 넣어 치아를 보존하는 치료입니다. 충치가 신경까지 진행되었더라도, 치아의 뿌리와 그 주변을 지지하는 잇몸뼈가 건강하다면 신경치료로 치아를 지킬 수 있습니다.
2. 컴퓨터 제어 저속 마취기를 사용합니다
일반적인 마취 주사는 의사의 손 감각으로 약을 주입합니다. 너무 빨리 주입되면 약물이 한꺼번에 조직에 퍼지면서 압력이 생기고, 그것이 통증으로 느껴집니다.
저희는 컴퓨터 제어 저속 마취기를 사용합니다.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약물이 주입되기 때문에 조직이 받는 압력이 적고, 환자분이 느끼시는 통증도 훨씬 적습니다. 처음 이 장비를 도입했을 때 환자분들이 “주사 맞은 줄도 몰랐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서 저희도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3. 외과 시술은 최소침습을 원칙으로 합니다
임플란트나 사랑니 발치 같은 외과 시술에서는 절개와 골삭제 양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술 후 통증과 회복 속도를 결정합니다.
저희는 3D CT로 사전에 정확하게 계획한 후 시술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만큼만 잇몸을 절개하고 잇몸뼈를 다듬습니다. 같은 임플란트 식립이라도 절개가 작으면 시술 후 부종이 적고, 잇몸이 빨리 아물며, 환자분이 느끼시는 통증도 훨씬 줄어듭니다.
매복 사랑니 발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리하게 큰 절개를 하기보다, 필요한 부분만 정확하게 접근해서 발치합니다. 그래서 저희에서 매복 사랑니를 빼신 환자분들이 “생각보다 부종이 없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4. 잇몸치료 후에는 항생제 겔을 도포합니다
잇몸이 안 좋으신 분의 깊은 잇몸치료(SRP) 후에는 미노클린 성분의 항생제 겔을 잇몸 주머니에 직접 도포해 드립니다. 시술 후 통증과 염증이 빨리 가라앉도록 도와주는 약제입니다.
이렇게 하면 잇몸치료 후 며칠간 잇몸이 시리거나 아픈 증상이 크게 줄어듭니다. 시술 자체의 통증을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시술 후의 회복 기간까지 함께 관리해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시술 중에는 언제든 손을 들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진료의자에 누워 계시는 환자분은 의사에게 말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입도 벌리고 있고 도구도 들어가 있어서 “잠깐만요”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시술 시작 전에 항상 안내드립니다. “조금이라도 불편하시면 손을 들어주세요. 바로 멈추고 마취를 더 해드리겠습니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환자분이 시술 중 느끼시는 긴장이 크게 줄어듭니다. “내가 통증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감각이 통증 자체를 줄이기도 합니다.
기술 너머의 이야기
그런데 통증을 줄이는 데에는 이런 기술적인 방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통증 관리의 진짜 핵심은 “시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취 가글이 작용할 1분, 마취 주사가 잘 들어갈 30초, 시술 전 충분히 마취되었는지 확인하는 5분 — 이 시간을 아끼면 환자분은 그만큼 더 아프십니다.
그리고 또 하나, “설명”도 중요합니다. 환자분이 모르고 받는 시술과 알고 받는 시술은 통증의 강도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사람의 뇌는 예측할 수 없는 자극을 더 큰 통증으로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마취 주사를 놓을 거예요. 잇몸 표면이 마취되어 있어서 따끔함은 거의 없을 거예요”라고 한 마디 드리는 것만으로도 환자분이 느끼시는 통증이 줄어듭니다.
결국 통증 관리는 장비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분을 충분히 배려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안 아팠어요"라는 한마디
진료를 마치고 환자분이 “안 아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저는 늘 작은 안도와 함께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 환자분은 다음번에 치과치료를 미루지 않으시겠다.”
이 생각이 저에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한 번의 진료가 환자분과 치과의 관계를 바꾸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치과 진료는 누구에게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 그래서 환자분이 다시 오실 때 덜 두려워하시는 것 — 그게 저희가 통증 관리에 시간을 들이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오늘도 진료실에서 누군가의 “안 아팠어요”를 기다립니다.
— 이준상 원장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구강 상태에 따라 치료 방법과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생존율 수치는 연구 결과로서 개인의 치료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모든 치료에는 개인차와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치료 계획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