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와 뇌 — 씹는 힘이 하는 일
원장 노트 / Dr’s Notes · 치아와 전신 건강 시리즈 2편 (전 3편)
1편에서는 잃은 치아 수가 심장과 수명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다뤘습니다. 이번 편은 뇌입니다.
몇 년 전부터 치매 예방을 다루는 의학 문헌에 낯선 항목이 하나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치아입니다. 고혈압, 당뇨, 흡연, 난청, 운동 부족 같은 익숙한 위험인자들 옆에 “치아 상실”이 나란히 놓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왜 그런 일이 생겼는지, 그리고 그 연구들이 실제로 무엇을 말하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세 편의 메타분석
치아와 치매의 관계는 지난 5년 사이 가장 많이 검증된 주제 중 하나입니다. 대표적인 종합 연구 세 편만 보겠습니다.
2021년, 미국 노인의학회지(JAMDA). 치아 상실이 있는 사람은 인지장애 위험이 1.48배, 치매 위험이 1.28배 높았습니다. 잃은 치아 하나당 인지장애 위험은 약 1.4%, 치매 위험은 약 1.1%씩 올라갔습니다. 치아가 전혀 없는 무치악 상태에서는 인지장애 1.54배, 치매 1.40배였습니다.
2023년, Frontiers in Neurology. 18개 코호트, 356,297명, 평균 추적 8.6년을 합쳤습니다. 결론은 같았습니다. 치아 상실은 인지 저하와 치매 위험 증가와 일관되게 연관되었습니다.
2026년, Journal of Oral Rehabilitation. 21개 종단연구를 종합했습니다. 치아 상실은 치매 위험 1.26배, 경도인지장애 위험 1.40배와 연관되었습니다.
세 연구의 숫자가 거의 같은 자리에 모입니다. 치아를 잃으면 치매 위험은 대략 1.3배, 치아가 하나도 없으면 1.4~1.5배. 기억력이 떨어지는 초기 단계인 인지장애에서는 이 연관이 더 뚜렷합니다.
1편에서 본 심장과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관계는 개수에 비례합니다. 치아 열 개를 잃으면 치매 위험은 약 11%, 인지장애 위험은 약 14% 올라가는 계산입니다.
하지만 저작 기능이 회복되면 위험도는 다시 감소한다
이 연구들에는 한 줄이 더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 줄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의치나 보철로 씹는 기능을 회복한 사람은 치매 위험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2021년 메타분석에서 치아를 잃었지만 의치를 쓰는 사람의 치매 상대위험은 1.10으로, 치아가 온전한 사람과 통계적으로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2026년 메타분석에서도 의치 착용자의 치매 위험은 1.03이었습니다. 다른 종합 연구에서는 의치 없이 치아를 잃은 사람은 1.53배, 의치를 쓰는 사람은 0.98배였습니다.
대만의 노인 코호트는 이 관계를 더 세밀하게 나눴습니다. 치아가 20개 이상이면서 필요한 부위에 의치를 쓰는 그룹의 치매 발생률이 가장 낮았고(100인년당 1.43명), 20개 미만이면서 의치도 없는 그룹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 결과가 말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뇌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치아 그 자체가 아니라 씹는 기능입니다. 치아를 잃었더라도 씹을 수 있으면 위험은 거의 기준선으로 돌아갑니다.
왜 씹는 것이 뇌에 닿는가
연구자들이 제시하는 경로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뇌 혈류입니다. 씹는 동작은 얼굴과 턱의 근육을 통해 뇌로 가는 혈류를 늘립니다. 저작 기능을 회복한 뒤 뇌 활동이 증가하는 것이 뇌파나 기능적 뇌영상으로 관찰되어 왔습니다.
둘째, 영양입니다. 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가 줄면 채소, 과일, 견과류, 단백질처럼 뇌 건강과 관련된 식품의 섭취가 먼저 줄어듭니다.
셋째, 염증입니다. 1편에서 다룬 치주염의 만성 염증은 혈관을 통해 뇌에도 닿습니다. 치주염 원인균이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조직에서 발견되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넷째, 사회적 위축입니다. 치아를 잃으면 외모와 발음에 자신이 없어지고,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피하게 됩니다. 사회적 고립은 그 자체로 치매의 주요 위험인자입니다.
이 네 가지 중 어느 것이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네 경로 모두 “씹는 기능을 회복하면 되돌아온다”는 관찰과 잘 맞습니다.
몸의 나이
최근에는 치아와 치주 상태를 뇌를 넘어 몸 전체의 노화 속도와 비교한 연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 자료를 분석한 연구들에서 중증 치주염이 있는 사람은 혈액 검사 지표로 계산한 생물학적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1.1~1.2년 더 앞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노화 가속이 치주염에서 인지기능 저하로, 또 심혈관·신장·대사 질환으로 이어지는 경로의 일부를 매개하고 있었습니다. 잇몸의 염증이 몸 전체의 시계를 앞당기고, 그 앞당겨진 시계가 뇌에 나타난다는 그림입니다.
근력과 보행에서도 신호가 보입니다. 중국 지역사회 노인 1,494명을 조사한 연구에서 10개 이상 치아를 잃은 남성은 악력이 약 1.6kg 낮았고, 여성은 보행속도가 느렸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근육량 자체에는 차이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근육의 양이 아니라 근육을 쓰는 기능이 먼저 떨어졌습니다. 치아를 잃으면 몸에서 가장 먼저 나이 드는 곳은 근육의 크기가 아니라 힘과 속도라는 뜻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이 글의 연구들은 거의 모두 관찰연구입니다. 따라서 치아가 적은 사람이 더 일찍 사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지만, 100% 치아를 잃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분께 “치아를 잃으면 수명이 줄어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잃은 치아 수는 몸이 보내는 가장 읽기 쉬운 위험 신호이고, 그 위험 신호는 치과에서 끌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혈압과 혈당은 매일 관리해야 하지만, 치아는 한 번 지키면 그 효과가 오래 남습니다.
어금니 하나를 그냥 없는 채로 두시겠다면, 그 결정을 존중합니다. 다만 그 하나가 맞물리는 반대쪽 치아를 잃게 하고, 옆 치아를 기울게 하고, 몇 년 뒤에는 세 개가, 나아가 다섯 개가 되는 경로까지 함께 보고 결정하셨으면 합니다. 다섯 개부터는 몸으로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다음 편에서는 치아와 뇌의 관계, 그리고 치아가 아니라 “씹는 기능”이 변수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들을 다뤄보겠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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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목적이며, 개별 진단과 치료 계획은 반드시 진료를 통해 결정됩니다.

